오늘은 분노의 시간, 잉여인간 아닙니다(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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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9-04-24 19:19 조회2,41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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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분노의 시간, 잉여인간 아닙니다
교수신문 기고 2019.04.22 김어진
전화 한통 "당신 강의는 끝났습니다"
콩나물교실 늘어나고 강의 즐어들고
나의 희생이 대학붕괴 신호탄 아니길
강의실 되찾는 그날까지 싸웁시다
개정 강사법 시행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시행령 매뉴얼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고 공개채용 방식에 다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적지 않은 대학 시간강사들은 학과별 모집이면 도대체 기존과 달라질 게 무엇인가 깊은 회의와 불안감에 싸여 있다.
많이 해고됐다. 사립대 7천 명, 전문대 7천 명이라고 하는 얘기도 있고 2만 명이 넘는다는 얘기도 있다. 우리의 아픔을 과장해서 의사선동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렇다 할 통계 발표를 위해 팔을 걷어 부치지 않는 교육부의 의도된 무책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뿐이다.
그러나 1만 4천 명이라면 그 숫자는 과연 무시해도 될 숫자일까? 사실 대학 시간강사들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올해 해고된 시간강사들은 주되게 사립대에서 해고됐지만 국립대에서도 이미 2015년에 상당한 규모의 해고가 발생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의 국립대 분회들이 버텨 준 까닭도 있지만 이미 국립대에서 상당 규모의 구조조정은 어느 정도 완료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학구조개혁평가가 대학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부당한 경쟁을 강요한 탓에 당시에도 교수들을 비롯한 대학 구성원들의 분노는 컸다.
당시 교육부는 직선제를 포기하지 않으면 각종 평가 사업과 연계해 정부 지원을 줄이겠다고 대학 당국을 압박해 왔다. ‘교육역량평가사업’이나 ‘대학특성화사업’ 등의 선정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했고 대학생들의 국가장학금을 중단하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교수신문’ 2015년 8월25일자). 그리고 그 평가지침의 일환으로 전임교수의 강의 시수가 풀렸다. 그러면서 많은 국립대의 시간강사들이 해고됐다. 해고된 국립대 시간강사들은 어떤 분들은 울분을 머금고 자포자기하거나 훨씬 줄어든 사립대 강사료도 감수하고 사립대 시장으로 진입하기도 했다.
왜 옛날 얘기하냐고 말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이번 시간강사 대량해고는 단지 사립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국립대든 사립대든 대학 전체가 비용 절감 운운할 때 항상 시간강사 해고로 대응해 왔다는 것이다.
둘째, 교육부는 단지 대학 자율권 앞에서 어떤 힘도 발휘하지 못하는 그런 힘 없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학 시간강사 대량해고는 이미 악덕기업이라는 얘기를 듣고 있는 사립대뿐 아니라 국립대를 포함한 대학들과 교육부가 제대로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우리의 희생이 침몰하는 한국대학의 신호탄이라면?
대학 시간강사들이 억울하다고 해도 뭐 별반 힘이 있겠냐고 말하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다. 맞다. 특히 사립대 시간강사들은 이렇다 할 저항을 해 보기가 어렵다. 다들 알다시피 문제제기하면 소리소문 없이 잘리기 십상이라 자포자기하면서 울분이 쌓여 왔다.
‘분노의 강사들’은 그 울분이 모인 결과다. ‘분노의 강사들’은 경기대학교에서 해고된 후 내가 1인 시위를 시작하자 하루이틀만에 스무 명의 시간강사들이 연대지지 서명을 시작하면서 만들어졌다. 청와대 앞에서 고발대회를 했고 1인 시위를 했고 교수 및 학생들과 학습권 침해 피혜 사례를 모아 대규모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매일매일 오는 시간강사들의 격려 전화와 기자들의 문의 전화를 받으면서 뜨거운 겨울을 보냈다. 이제 겨울이 지나 봄이 왔다. 해고의 거친 파고가 더 거세질 듯하다.
누가 내게 강사법을 어떻게 생각하냐 묻는다면 나는 별 망설임없이 구명조끼라고 대답할 것이다. 개정 강사법은 지금의 열악한 조건을 해결하는 데서는 턱 없이 부족하지만 현재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한 고육지책을 법했다. 그러나 잔인하고 야박하게도 대학들은 그조차 내놓지 않으려 했다.
우리의 해고는 한국의 대학을 정녕 살리는 특단의 조치이거나 최소한의 조치가 결코 아니다. 구명조끼도 아깝다는 배의 선장과 항해사들이 신호를 들으며 우리가 보고 있는 장면은 공공성을 외면하면서 뭔가 침몰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국대학이 침몰하고 있는 모습이다.
첫 번째 장면이다. 우리가 맡았던 강의는 4대보험이 없는 분들이 채워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해고의 자리는 더 나쁜 일자리로 채워졌다. 사립대 강의료는 국립대에 비해 턱 없이 낮은데도 대학들은 해고의 빈자리를 보험조차 보장되지 않는 더 나쁜 일자리로 채운 것이다.
아래는 구글 설문에 응답해 준 대학 시간강사 선생님들의 말이다.
“지난 학기말(2018년 2학기) 학과장님으로부터 시간강사법으로 인하여 학교 본단에서 강사를 겸임교수로 대체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한다고 합니다]. [학과장은]4대 보험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겠냐고 물어오셨습니다. 제 전공의 특성 상 이론 전문가는 연구소나 기관에 몸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이 점을 설명드리며 부당하다 말씀드렸으나, 본인도 어쩔수 없는 일로 어디에서 프로젝트라도 받아 연구소 등록을 하고 4대 보험을 해결하지 않으면 강의를 줄 수 없다고 하셨지요. 결국 2019년 1학기 강의를 받지 못했습니다.
[제가 맡은 강의는] 미대에 개설되는 전공 이론 수업으로서 봄·가을로 나누어 개설되는 과목이라 대부분 학생들과 1년을 만나게 되어 학생들과의 친밀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3년을 강의하는 내내 학생들의 강의평가도 매우 우수했고요. 작년 말에는 정말 이렇게 어이없는 상황이 올까 의심했고, 따라서 마지막 수업에서 학생들과 허심탄회한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 점이 너무나 가슴에 사무칩니다. 사실 겸임교수로 강의할 수 있는 분이 오셔서 더 좋은 수업을 해 주신다면 학생들에게 좋겠지만. 저 역시 과거 관련분야의 직장생활을 하다 학업과 강의에 몰두할 수 없어 전업연구자의 길로 나선 것이라, 그 분들이 과연 교육자로서 최신 연구들을 부지런히 학습하며 강의에 매진하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여러가지로 마음이 무겁습니다.”
두 번째 장면은 시간강사들의 해고가 전임교수들의 피로도 증가로 이어지는 장면이다. 전임교수들의 강의시수가 타 대학에 비해 높은 지방사립대의 경우 전임교수의 수업 시수는 상상초월이다. 20학점 이상을 강의하는 교수들이 부지수라고 한다. 해고된 시간강사들은 전임교수들의 강의시수 그것이 알고 싶다. 교육부의 전수조사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데도 교육부는 그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의 교수들은 다른 나라의 교수들에 비해 더 많은 행정 업무에 시달린다는데 전임교수들은 안녕들 하신지 궁금하다. 가뜩이나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을 각종 평가와 연계해 교수와 학생, 교직원이 모두 평가 항목과 방식에 매달려 있는 지금이다. 매년 반복되는 평가로 교육도, 연구도 행정도 모두 단기적인 평가 위주로 바뀐 지 오래다. 그 만큼 연구 계획을 조직하고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일들로 전임교수들에게는 연구할 시간이 부족하다. 그런데 강의 부담까지 늘리면 도대체 연구는 언제하라는 것인지 그 또한 알고 싶다.
세 번째는 우리들의 해고가 학생들의 학습권 피해로 이어지는 장면이다. ‘분노의 강사들’ 설문조사에 확인된 강의 폐강, 대형 강의, 온라인 강의 증가, 수강인원 확대 사례는 모두 시간강사 대량 해고의 결과다. 규모가 작은 지방의 한 사립대학은 모든 교양 강의가 온라인으로 대체됐다고 한다(‘분노의 강사들’에 제보한 시간 강사들의 설문 응답 중). 아주대학교는 학부생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현대인의 정신 건강’ 교양강좌의 오프라인 수업을 폐강했다. 여러 대학에서 전공선택 과목도 격년제로 개설돼 졸업을 못하는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다.
한마디로, 대학 시간강사 대량해고는 여러 방식으로 학생들의 교육의 질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임순광, ‘강사 대량해고와 수강신청 대란의 원인과 해법’, 국회 정책토론회 자료집). 강좌 수 축소 양태도 다양하다. 졸업 이수 학점 축소, 학과별 전공 개설 학점 축소, 교양 이수 학점 축소, 과목 통폐합 등 대형 강좌화 및 최대 수강 인원 확대, 사이버 강좌 확대, 폐강 기준 강화로 폐강 확대, 분반 기준 강화로 분반 허용 최소화, 학과별 전공 과목 개설 학점 축소 등.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이 더 늘어나고 있고 과목 선택의 폭도 더 줄어들었다. 강좌 수가 줄었다면 등록금도 줄여야 하지 않나? 그러나 2019년 대학등록금 인상률이 작년 대비 0.45%포인트 상승한 2.15%가 되어 학부모와 학생들의 대학 등록금 부담은 더 늘어났는데도 말이다.
나는 3월 23일 ‘강사제도 개선과 대학연구교육 공공성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주최한 ‘강사 구조조정 저지와 학습권 보장 결의대회’에서 많은 대학원생, 학생들의 발언을 들으면서 수강신청 대란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수업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고 듣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대학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고 수업을 없애는 대학들은 자해공갈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강태경 대학원생노조 수석부지부장)
“수업이 줄어서, 대학생들은 수강신청을 위해 마우스를 클릭하는 검지 손가락에 미래를 맡겨야 하는 실정이다. 사립대의 적립금이 8조 원 가까이 된다. 이 와중에 ‘돈 없다’는 우는 소리하며 시간 강사를 공격하는 것은 거짓일 뿐이다. 노동·여성·약자·평화를 위한다며 ‘촛불 정부’ 운운하던 문재인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박혜신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활동가), “사립대학들 하는 꼴이 한유총이랑 똑같다.”(고근형 사회변혁노동자당 학생위원회 위원장), “설문조사에 참여한 학생 733명 중 90퍼센트가 강의의 양적·질적 하락으로 인한 수업권의 침해를 호소했다. 그런데도 무책임하고 냉담하게 대응하는 학교 측의 태도에 할 말을 잃었다.”(박여찬 연세대 강사법 관련 구조조정 저지 공동대책위원회),“학교 측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시간강사를 줄인다고 한다. 그러나 개정 강사법 시행으로 필요한 추가 예산은 최대 10억 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중앙대는 지난 10년간 건물을 짓는 데 2500억 원을 사용했다. 그 과정에서 두산건설과의 계약으로 300억 원을 더 지출했다. 학교 측이 돈이 없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이찬민 중앙대 강사법 관련 구조조정 저지 공동대책위원회),“대학을 가면 토론과 소통이 있는 공부를 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다. 온라인 강의가 늘고 있다. 모니터 보며 공부하려고 비싼 등록금 내면서 대학 온 게 아니다.”(김보경 경희대 강사법 관련 구조조정 저지 공동대책위원회)
다시 말해 대학 시간강사 해고는 시간강사들에게도 교수들에게도 학생들에게도 고통을 가져다 주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우리가 희생돼야 하는가?
꾹 참아온 대학 시간강사들
대학의 시간강사들은 그동안 이루 말할 수 없는 열악한 조건을 꾹 참아 왔다. 한국 대학 강의의 절반 가까이를 담당해 오면서도 온갖 불편과 차별을 강요당했다. 대부분의 사립대학의 경우 강사들을 위한 연구 공간은 고사하고 전용 휴게실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창고로 사용하는 사무실을 수업 대기 장소로 사용하도록 한 대학도 있다. 시간강사는 방학 중에는 도서관 도서 대출도 불가하다. 대부분의 시간강사들은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강의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생계를 위해서라도 혼신의 힘을 다해왔다.
‘분노의 강사들’이 수집한 구글설문 답변에는 시간강사들의 절절한 얘기들로 가득하다. “사립대학, 도대체 얼마나 영업이익을 내야 만족할 것인가”, “학교 안에서 영업하는 업체들이 내는 임대료, 도대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 “대학은 예산 지출입 공개해서 대학 재정운영,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사학적폐 만연하고 등록금은 오르는데 책걸상, 컴퓨터 등 기재자는 너무 열악하다!”
대학들은 강사법이 낳을 재정 부담을 이유로 든다. 그러나 재정이 열악한 대학들뿐 아니라 돈이 많은 대학들도 강사를 해고하고 있다는 것이 지금 시간강사 대량해고 사태의 본질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고려대학교도 총학생회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1학기 학부생 대상 강의가 200개 이상 줄어들었다. 재단적립금 4000억 원을 쌓아 놓은 고려대학교의 경우 개정 강사법 적용 시 추가 비용이라는 55억 원도 고려대 연간 총수입의 0.8퍼센트에 불과한 돈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시간강사 대량 해고를 방조·묵인하고 있다. 교육부 장관 유은혜는 1월 말 대학 총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부탁한다면서도 ‘전임교수 강의 시수 제한’ 같은 규제책은 입 밖에 꺼내지도 않았다. 대신 유은혜는 ‘시간강사들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거 아시죠’고까지 했다.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마련한 예산은 겨우 288억 원이다. 이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추산한 예산 3000억 원의 10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우리가 해고된 이유
이쯤되면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들 만하다. ‘강사법 적용으로 그렇게 큰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대학은 왜 시간강사들을 해고하지 못해 안달이고 교육부는 이를 묵인하는 것일까?’
지금 각 대학들은 ‘학령 인구 감소에 대처하기 위한 나름의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 저출산으로 올해부터 대학 입학생이 대폭 줄어든다. 지난해 고3 학생 수는 57만 661명이었으나 올해는 51만 241명으로 감소한다. 학령인구 대폭 감소에 대학들은 다운사이징을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는 듯하다.
학령인구 감소가 곧장 대학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한국은 고등교육에서 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9877달러로 OECD 평균(1만 5028달러)에 한참 못 미친다. 국립대 비율이 OECD 최하위 수준이라 사립대학에 다니는 학생 비율이 75퍼센트에 이르는 고등교육 후진국이다. 게다가 정부의 재정 지원은 그나마도 절반가량이 상위 20개 대학에 집중돼 있다. 전체 대학의 3분의 1가량은 정부의 재정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다.
기업 맞춤형 인재 육성이 강조되면서 지난 10년간 인문, 사회계열 입학 정원은 1만 명가량 줄어들었다. 인문·사회·자연·예술 계열의 학생들에게는 학과 통폐합 때문에 자신의 학과가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이 일상이 됐다. 학생들을 선별하기 더 쉽도록 하기 위한 기업의 필요 때문에 상대평가가 강화됐다.
대학이 수익성을 쫓다 보니 열악한 비정규직 교원들의 임금은 더욱 낮아졌다. 기업의 이름을 딴 화려한 건물들은 늘어났지만 청소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휴게실 하나 없다. 학생들의 자치 공간도 줄어 간다. 정말이지 대학 당국들은 대학 순위에서 더 높은 위치에 오르려고 끊임없이 경쟁하며 기업처럼 행동해 왔다. 악덕기업보다 더한 기업이 바로 대학이라는 자조적인 말은 이제 농담이 아니다. 그 속에서 수많은 학내 구성원들의 고통을 강요당했다. 우리의 해고는 돈을 쫓는 대학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이뤄진 비극의 일부인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하는 수익형 교육기관’이라는 팡파르
대학이 수익과 비용을 쫓는 목표에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허울좋은 명분도 더해졌다. 내게 시간강사 대량 해고는 대학을 으로 만들려는 한국 자본과 국가의 지배 전략의 일종의 레고로 보인다.
그 전략은 아마도 고등교육의 신자유주의적인 구조조정일 게다. 그리고 나는 영국 같은 나라에서 20년 넘게 진행돼 온 이 전략이 한국에서 집약화돼 나타나고 있음을 뼈저리게 확인하고 있다. 교수 한 명 당 학생수 증가, 교수 연봉의 양극화 또는 상대적 하락, 대학 교수들을 쥐어 짜내는 연구실적평가 도입(일명 논문 편수 저울재 기), 권위있는 학술지 등재에 목매기, 강의만 하는 계약을 맺어 연구실적평가에서 제외되는 교원 늘리기, 연구비 실적으로 성공과 보상을 계량화하기, 연구비 많이 못 받는 대학은 강의 전문대학으로 전락시키기, 대학연구소들을 경쟁시켜서 일부 대학들에게만 연구비 몰아주기….
그 결과 많은 대학들에서 강의는 연구보다 뒷전으로 밀린다. 대학의 구성원들에게 성공과 보상은 연구실적과 연계될수록 교육부의 각종 평가 지표는 대학을 통제하는 메카니즘이 된다. 교육부는 사립대학에 과연 힘을 쓰지 못하는가? 사립대학의 자율성에 결국은 무릎꿇을 수밖에 없는가? 나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교육부의 평가 지표들로 대학의 교육과정은 점점 모듈화되면서 강의의 우선순위는 더욱 낮아지게 된다. 교육가정은 획일화, 세분화되고 과정 간의 이동이 쉬워져서 좋게 보면 학생들은 자신의 학부 과정을 마음대로 고르고 혼합해서 편성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는 과목의 다양성은 점점 줄어들었다. 융·복합이라는 이름 하에 말이다. 적지 않은 대학에서 생겨난 트랙제는 다양하고도 심층적인 교양강의는 충돌을 빚고 있다. 다시 말해 많은 교양 강의들이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속에서 사라지고 있다. 다양한 교양 이론 수업들이 말라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멸종 위기에 있다. 돈 되는 학문, 좀 교양있게 표현해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융·복합적 창의적 수업들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나는 융·복합이 대학과 만나면 유연성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고 그 유연성의 속살이 바로 신자유주의임을 매일매일 많은 선생님들과 대화하면서 거듭 확인하고 있다.
고전적 이론, 방법론, 철학, 다양한 언어수업, 글쓰기 수업, 토론, 소통 등은 이제 수익과 비용이라는 이름 하에 모듈화되지 않는다면 아마 대학에서 매우 거추장스런 그 어떤 것이 될지도 모른다.
생색내기용 대책은 이제그만
정부는 시간강사 대량해고에 대한 여론은 꽤나 신경을 쓰고는 있는 듯하다. 얼마 전 정부와 교육부는 인문사회 지원 3천 명 연간 8백억 지원 관련 발표했다. 뭔가 양보책이라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느낀 것은 같다. 그러나 생색내기용이라는 느낌은 왜일까? 이것으로 해고 강사들의 문제 해결되지 않는다. 일단 해고 강사 규모가 2만 명에 육박한다. 위 지원조차 내년부터다. 대학에서 강좌가 대폭 줄어들어서 수강신청대란이 일어났고 콩나물 강의, 온라인 강의 늘어나고 있는데 이건 손놓고 있겠다는 뜻인가? 국가교수제의 취지가 좋아서 그것을 조금이라도 담으려 했다면 국가교수제를 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이공계 대학시간 강사들의 처우도 시급하다. 한국에서 숙련 노동자들을 만들고 산업 기술력 높이는 데서 각종 실험 실습 마다하지 않은 이공계 대학 시간강사들의 처우 문제는 어쩌란 것인지 그 또한 궁금하다. 이런 식의 땜방식 대책으로 해고된 시간강사들, 심각한 고용불안을 느끼는 대학 시간강사들의 문제 해결될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지어다. 핵심은 비껴가고 생색내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시간강사 공개채용 모집을 앞두고 강사법에 적용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각종 편법들이 난무할지도 모를 일이다. 공개채용 규모를 줄이고 강사법 적용받지 않는 전체 규모를 늘리려는 대학들의 교활한 꼼수도 이미 포착된 바 있다. 공개채용을 무색하게 할 과 단위의 공개채용 모집도 문제다. 교육부는 대학들의 모르쇠에 의도된 무능으로 대응하고 있다.
과제
그렇다면 앞으로 시간강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지금부터라도 우리 자신이 나서자. 나는 매일 온라인·오프라인에서 해고 이후 울분과 우울증 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 강사들의 얘기를 듣고 있다. ‘우리가 잉여 인간이었냐’, ‘왜 그토록 열심히 일했나 싶다’ 하고 분노하고 있다. 최근 투쟁하기 시작한 시간강사들의 모습을 언론에서 보고 용기를 얻었다는 분들도 많다. 새롭게 투쟁에 나선 대학 시간강사들은 분노는 높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깊은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만나서 얘기하자. 일단 페이스북에 ‘분노의 강사들’을 입력하시길 바란다.
둘째, 대학의 교수들이 시간강사들을 격려하고 이들이 싸울 수 있도록 힘을 주시길 간절히 바란다. 강사구조조정 반대 공대위, 교수노조 등과 학생들과의 연대 확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다면 정말이지 해고 강사들을 비롯한 비정규교수들과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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